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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싸는 법

KBS 건강 365 life style지 기고글
서울 속편한내과 원장 김 윤 배

 

서울 속편한내과 김윤배 원장 얼마 전 제 아내가 눈물로 제게 호소를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밥을 먹고 나면 윗배가 아프고 구역질이 나다가 어제부터는 오른쪽 아랫배가 심하게 아파했습니다. 최근에는 얼굴이 붓고 배에 가스가 차다가 어제는 너무나 아파서 밤새 잠을 못 자고 뒹굴었습니다. 급성 맹장염이 의심되어 복부 진찰을 해보니 오른쪽 아랫배에 심한 통증과 압통(의사가 배를 만져 보았을 때 아픈 증상) 이 있었으며, 단순 복부 X-선 사진을 찍어보았더니 오른쪽 아랫배에 숙변과 가스가 관찰되었습니다. 또한 하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보니 충수돌기가 부어있지 않아 급성 맹장염에 의한 통증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었고 변비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숙변이 오랫동안 대장의 오른쪽 부위에 차서 아픈 것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변비 약을 쓰고 관장을 해보아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대장내시경 검사에 이용되는 장 세척제를 사용하고 나서야 증상이 좋아졌습니다.

단순 변비가 눈물 흐르게 하는 통증도 유발할 수 있어

변비가 오래되면서 변이 장속에서 딱딱하게 굳어져서 심한 통증을 일으키고, 변이 장속에 오래 차있으면서 가스가 배출이 되지 않아 소화불량과 구역질까지 일으킬 정도가 되어 일반적인 변비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예는 다소 심한 경우에 해당되지만 최근 복통으로 병원을 찾은 아이들이나 젊은 환자들의 경우 변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복통인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간혹 강력한 변비약인 자극성 완하제의 장기 복용으로 오히려 장무력증이 생겨 변비가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도 보게 됩니다.

환자들은 변비를 “변을 볼 때 힘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변이 딱딱하다.", “변을 보고 싶지만 잘 나오지 않는다.", “배변 횟수가 적다.", "변을 보고 나서도 남아있는 것 같다.”, “화장실에 오래 있어야 된다.",“등으로 표현하며, 생리학적으로는 주 2회 이하의 배변이거나, 35g미만의 적은 대변양, 또는 4번의 배변 중 1회 이상 과도한 힘을 주는 경우 등으로 정의합니다. 2일에 한번 정도는 껍질을 벗긴 바나나 크기 정도의 변 2-3덩이를 보고, 그 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무르지 않으면서 모양을 잘 갖추었으며, 색깔이 말 그대로 황금색 혹은 황갈색인 경우 이상적인 변 상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변비는 전 인구의 5-20% 에서 호소할 만큼 흔한 질환이며 특히 여자와 노인에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10.5%)이 원활한 배변을 위해 변비 약이나 관장을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소비되는 변비 치료제는 연간 249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흔한 변비는 단순히 변보기가 힘들다는 증상에서 그치지 않고, 복통, 구역질, 소화불량을 일으키며 몸을 붓게 하고 피곤하게 하며 두통을 일으키고 숙면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또한 입맛을 떨어지게 함으로써 심한 경우 전체적인 생활의 리듬을 망가뜨리고 늘 불쾌한 기분을 불러일으킵니다.

나쁜 식습관, 항우울제와 고혈압 치료제의 복용, 지사제 남용 등이 변비 원인

변비의 원인은 다양해서 불충분한 수분 및 섬유질 섭취 등 좋지 않은 식이습관에 의한 경우, 항우울제, 고혈압 치료제, 지사제 남용 등의 약물에 의한 경우, 내분비 질환에 의한 경우, 신경계 질환에 의한 경우, 대장암, 항문 협착, 대장 수술 등 대장의 구조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과민성 장 증후군, 골반저 기능 이상 등 기능적 이상에 의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진찰과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원인이 파악되면 원인에 맞추어 변비 치료나 변비의 원인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모든 병의 치료에는 의사만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환자의 몫도 있습니다.
변비도 마찬가지여서 변비의 원인을 밝혀서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일이지만, 평소 장에 이로운 음식을 섭취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가짐으로써 변비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이 환자가 할 일입니다.

근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고 마시는 음식들은 곡류, 야채, 발효식품은 감소하고, 육류, 패스트푸드 등의 인스턴트 식품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식이성 섬유소의 섭취를 감소시킴으로써 변비나 비만 환자의 수를 증가시키며 대장암, 치질, 대변실금, 만성 복통 증후군, 후천성 거대 결장 등의 발생을 증가시킬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암이 대장암이라는 것은 이러한 추정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변비 예방, 치료의 키포인트는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 섭취

변비의 예방 및 치료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하루 2L 이상의 충분한 수분과 일일 20-30g 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정서적 안정, 올바른 식사습관과 올바른 배변 습관을 기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섬유소의 섭취는 배변의 양과 횟수를 증가시키고 변을 부드럽게 하며 대장 통과시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대변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따라서 섬유소가 풍부한 현미, 보리밥, 갈색빵, 오트밀, 씨리얼, 야채, 감자류, 두류, 버섯,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과일 등을 많이 먹는 것이 좋으며 식이성 섬유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차전차 씨 등의 식이 섬유 약제를 복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야채로 20-30g의 섬유소를 섭취하려면 작은 밥공기 2개를 가득 채우는 분량이면 충분합니다. 유산소 운동은 위와 장의 연동 운동을 촉진함으로써 대변의 배출을 도와주며 지나친 소식이나 과식은 원활한 배변을 방해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도 변비가 생기거나 좋아지지 않는 경우 비로소 약물 치료를 병행하게 되는데 약물 치료는 의사와 상담 하에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의할 점은 몇몇 약물의 경우 변비 치료의 효과는 좋으나 장기간 사용 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심한 경우 장 무력증을 유발하여, 도리어 변비를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알로에, 센나가 포함된 변비약(아락실 등), 피마자 기름, 비사코딜이 포함된 변비약(둘코락스) 등이 있는데 이러한 변비약을 사용할 때는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수분과 섬유질 섭취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며, 약물 치료는 결국은 끊어야 할 보조 요법이라는 것을 늘 명심해야 합니다.

변비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일단 변비가 생기면 단순히 변을 보기가 불편한 증상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복통, 소화불량, 가스 팽만감 등의 증상이 만성화되면서 전신적인 불쾌감, 일상생활의 짜증을 유발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대장암이나 직장암 등의 간접적인 병인이 되기도 합니다. 잘 먹는 데만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마시고, 잘 싸기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