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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변은 존재하는가?

 

서울 속편한내과 원장
내과 전문의 송치욱

 

서울속편한내과 송치욱 원장

언제부터인가 시중에는 숙변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모든 질병의 원인은 숙변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숙변이 만병의 원인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단식 주장하는 일본인들이 만든 수입 용어 "숙변"

그러나 실상 숙변이란 현대의학은 물론 한의학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용어로서 단식을 주장하는 일본의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면서 국내에 수입된 새로운 용어이다. 처음에는 숙변이란 위장의 처리능력을 넘게 부담을 주었을 때 즉, 과식을 하였을 때 장관 속에 정체하는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류를 포함한 장관 내용물이라고 정의하였으나 이러한 것이 자연 건강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임의 확대해석 되면서 숙변이 몸 속에 남아 독으로 작용하여 자가중독을 일으켜서 암, 변비, 설사, 치질, 복부팽만을 비롯하여 만병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부분 숙변의 존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단식을 하면 다량의 특수형태의 숙변을 배출한다는 실례를 주장하곤 한다.
과연 그렇다면 숙변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러한 숙변들은 자가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가?
이것을 알기 위해 우선 변이 형성되는 정상적인 대장의 기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분절운동과 연동운동 때문에라도 대장에는 숙변이 있을 수가 없는 구조

대장에는 구조상 외측종주근이 소장에서와는 달리 얇은 띠를 형성하는 배열인 결장류라고 불리는 부위이다. 결장류의 긴장과 윤상근의 국소적 수축은 대장에 주름과 주머니 모양을 만들어 낸다. 숙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주름과 주머니 속에 변이 끼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X-레이 검사나 개복수술시 관찰해 보면 윤상근 수축파는 분절운동과 연동운동을 하면서 주름과 주머니 속의 내용물을 S자상 결장 혹은 직장까지 남김없이 밀어낸다.

단식할 때 배출되는 것은 숙변이 아니라 소화액과 소장상피세포들일 것

그리고 대장내시경을 통해서 대장의 내벽을 자세히 조사해 보아도 숙변이 장벽에 부착되어 있는 소견은 없다. 단식을 하는 경우 숙변이 배출된다는 것은 위장관의 생리를 모르는 주장으로서 음식물 외에도 위장관 소화선에서 나오는 분비액은 담즙 및 장액을 비롯해 하루 6~8 L 이르며 소장상피세포들이 약 3일마다 교체되어 탈락되며 이러한 소장상피세포들만도 매일 250g이나 된다.

이러한 위장 내용물 중 재흡수되지 못한 분비액이나 탈락된 소장상피 그리고 대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가 단식하는 중에도 만들어져서 배출될 수 있다. 대장에서 생긴 종말물질의 일부가 흡수되면서 간기능과 신장기능 장애를 보이는 환자들인 경우 소위 자가중독을 초래할 수 있을지 모르나 건강인에게 대부분의 독소들은 주로 신장과 간을 통해 충분히 대사되어 배설되기 때문에 자가중독증상을 운운하는 것도 지나친 비약이다.

그렇다면 숙변의 현대의학적 관점의 실체는 무엇인가? 결국 변비와 대장의 기능장애 차원에서 이해하여야 한다. 변비만큼 병인이 다양하고 복잡한 것도 드물다. 변보는 횟수가 적은 사람, 매일 보긴 하지만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 변을 보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사람, 딱딱한 변을 보는 사람 등등이 제각기 변비라 고 생각하며 병원을 찾는다.

즉, 환자에 따라 호소하는 증상이 다르다. 결론적으로, 숙변이란 현대의학에서 변비의 원인을 명쾌하게 규명하지 못해서 생긴 비제도권 의학용어로 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