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과 줄기세포
서울 속편한내과 원장
어릴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가서 슈퍼맨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본 후 슈퍼맨이 악당을 물리치는 모습에 매료되어 친구들과 한참 동안이나 슈퍼맨 흉내를 내곤 했었다.
모든 장기들을 만들 수 있는 만능 세포 - 줄기세포 연구 줄기세포가 무엇인가를 알아 보기 전에 과연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 지나 생각해 보자. 인간의 발생은 하나의 세포에 불과한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이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을 형성하고 결국 이러한 수정란이 분화되어 태아가 되는 것이다. 수정란의 분화 과정을 자세히 보면 한 무리의 세포들이 분화 되어 태아를 만들게 되는데 이 세포가 배아줄기세포이다. 즉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우리 몸을 이루는 모든 조직들이 이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 지는 것이다. 따라서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모든 장기를 만들 수 있는 만능 세포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다 만들 수 있는 이러한 줄기세포의 성질을 잘 이용 하면 지금까지 불치로만 여기어 졌던 치매, 척수 손상에 의한 마비, 뇌경색증, 심근경색증, 당뇨 등의 질환을 치료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의사들과 과학자들이 여기에 총력을 기울여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시작 단계로 세부적인 문제로 넘어가면 넘어야 될 많은 난제들이 있고 또 실제로 임상에 적용이 되어 환자들을 치료 하는 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하다. 또한 복제 인간의 출현에 대한 걱정 등 윤리적인 면에서 많은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희망이 없는 세계에 자신을 가두로 외부와 단절하면서 지내왔던 많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미완성 단계이지만 줄기세포는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 의사가 되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에 가득 차 있었는데 막상 의사가 돼서 점점 악화되어 가는 환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무력감에 빠진 적이 많이 있었다. 작은 희망이라도 찾으려고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눈망울을 아무런 희망 조차 줄 수 없어서 피하려고 애쓰는 내 자신이 안타깝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줄기세포가 모든 질병을 치료 할 수 있는 만능 해결사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피할 수밖에 없었던 많은 눈망울들을 바라보며 이제는 작은 희망이라고 가져보자고 말할 수 있어서 의사로서 행복하다. 어릴 적 나의 영웅이던 슈퍼맨은 떠났지만 새로운 슈퍼맨인 황우석 교수님이 줄기세포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날이 어서 빨리 개봉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따라 늠름하게 하늘을 나는 슈퍼맨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