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과 조류 독감
서울 속편한내과 원장 내과 전문의 김 영 선
날이 서늘해지면서 이곳 저곳에서 기침소리가 끊이질 않아서인지 몰라도 최근 신문이나 방송의 건강 관련 뉴스 중 가장 큰 눈길을 끄는 것이 조류 독감이다. 그런데 주변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독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새한테 문제가 되는 조류 독감이 사람에게서 크게 유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이 대다수인 것 같다. 독감은 무엇이며, 조류 독감은 정말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감기 VS 독감, 한 글자 차이로 증상의 위중이 달라진다.
독감을 이야기 하기 전에 감기와 몸살 감기와 독감의 차이를 알아보자.
감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상기도염 감기 는 주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서 코, 목, 편도선 등의 상부 기도에 급성 염증이 생기면서 콧물, 코 막힘, 재채기, 기침, 가래, 발열, 두통, 권태감,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을 야기하는 급성 상기도염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말이다.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에는 라이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이름이 생소한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있는데, 이들 원인 바이러스나 개개인의 면역 상태에 따라서 감기 증상은 차이가 날 수 있으며, 특히 열이 심하면서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심할 경우에 한해서 일반적으로 몸살 감기라고 말하나 정확한 의학 용어는 아니다.
독감 - 감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 감기 바이러스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를 특별히 독감이라고 따로 분류를 하는데, 그 이유는 독감은 일반적인 감기와는 몇 가지 다른 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감은 말 그대로 독한 감기로 전염성이 매우 높아 국소적이나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가 있어 유행성 감기라고도 말하는데 갑작스럽게 고열이 발생하면서 두통, 극심한 피로감, 인후통, 극심한 근육통,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이 1-2주가 지속되면서 세균성 폐렴이나 중이염 등의 합병증과 천식, 당뇨, 심장병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입원과 사망을 증가 시킬 수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질환이다.
독감의 원인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는 A형, B형, C형의 세가지 종류가 있는데 이중 독감과 관련된 것은 A형과 B형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심각한 합병증을 만들 수 있는 것은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이다.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표면에 H와 N 항원을 가지고 있는데 H 항원은 H1부터 H15까지 15종류가 있고, N항원은 N1부터 N9까지 9 종류가 있다. 이들 H와 N항원의 조합에 따라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각각의 아형으로 분류가 되는데 방송에서 H1N1, H3N2, H5N1... 독감이라고 말하는 것이 이러한 아형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이들 중 H1, H2, H3와 N1, N2가 인간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아형이다.
이러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은 변신의 귀재라는 점이다. 즉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와 N항원의 '항원 소변이'라고 불리는 사소한 돌연변이를 통해 자주 새로운 변신을 하는데 이러한 새로운 변신 바이러스에 대해서 사람들이 미리 면역성을 가지질 못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항원 대변이'라는 큰 변화로 이러한 변화에 의해서 전혀 다르게 변신을 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실례로 1918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H1N1 스페인 독감의 경우 사망자 수가 5천만 명이었다고 하니 실로 무시 무시한 독감의 위력에 놀랄 수 밖에 없다.
1918-1919년, 세계를 휩쓸며 5천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스페인 살인독감, 조류독감으로 밝혀져 스페인 살인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완전 해독됐으며 이 바이러스는 현재아시아에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조류독감과 거의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미국의 한 연구팀이 '사이언스'와 '네이처' 최신호에 각각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스페인 살인독감 바이러스(H1N1)의 8개 유전자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아시아 조류독감(H5N1)과 거의 완전히 일치하며, 이에 따라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결국 "사람에게 적응된 조류독감"이었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유전자 일부가 현재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에도 있는데, 이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도 손쉽게 감염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염도 가능케 하는 무서운 살인독감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경고했다. (2005-10-06일자 보도) | | 그럼 이렇게 무서운 독감을 어떻게 예방 할 수 있을까?
독감이 유행하기 2주 전까지 맞는 독감백신이 직접적인 독감 예방법
독감을 가장 직접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독감 예방 접종이다. 매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음 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균주를 발표하게 되는데 이것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이 독감백신이다.
독감백신에는 그 해 유행할 것으로 생각되는 인플루엔자 A형 2개와 B형 1개의 균주가 포함되어 있는데 예방접종 후 인체가 항체를 만드는데 2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기 최소 2주 전까지는 맞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9∼10월 초까지는 접종을 마치는 것이 좋다.
독감 백신의 효과는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유행 균주가 어느 정도 일치할 때 독감을 70∼90%까지 예방할 수 있으며, 독감에 의한 사망률은 최대 80%까지 감소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0~40년을 주기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유행할 균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백신에 포함된 균주와 다른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에는 예방 효과가 떨어져 독감에 걸릴 수가 있다.
일반적인 감기 예방을 위해서 면역력 증강이 급선무 그러나 예방주사를 맞았을 때 증상이 경미한 상태로 넘어 간다든지, 치유까지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든지, 주변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는 감염성이 적어진다든지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전체적으로는 독감에 대한 피해를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독감백신도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일반적인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선 독감백신으로는 안되고 개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 및 평소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해야만 한다.
그러면 과연 사람의 독감과 새들에서 발생하는 조류 독감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직간접적인 접촉으로 사람도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다.
조류 독감이란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조류독감바이러스)에 의해서 오리, 철새, 갈매기 등 물새와 닭, 거위 등의 가금류에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감염되는 동물에 따라 증상에 큰 차이를 보인다. 즉 닭이 100%의 치사율을 보이는 경우라도 오리는 감염만 되었을 뿐 전혀 증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오리는 증상만 없을 뿐이지 대변을 통하여 바이러스를 지속적으로 배출 시키기 때문에 조류 독감의 주된 전파 창구 역할을 할 수가 있어 오히려 더 큰 문제의 원인이 된다.
대변으로 배설된 조류독감바이러스는 최소한 4℃에서 35일 이상 생존이 가능하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대변 1그램은 약 100만 수의 닭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조류독감바이러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인간에게도 직접이나 간접적인 방법으로 독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으로 현재 조류독감바이러스가 사람을 감염시키는 경로는 두 가지로 추측되고 있다.
첫 번째 경로는 돼지가 조류독감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감염된 돼지의 몸 속에서 인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함께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유전자 변이과정을 거쳐 사람에게 전염할 수 있는 신종 바이러스를 만드는 경우로 실제 1993년 이탈리아에서 조류의 H1N1 바이러스와 사람의 H3N2 바이러스가 돼지에 같이 감염되어 사람에게 감염할 수 있는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조류독감바이러스가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통해 오리에서 돼지, 돼지에서 사람, 사람에서 돼지, 오리에서 사람과 같이 동물 간 전파가 가능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변신을 해 직접 사람에게로 전파되는 경우로, 1997년 홍콩에서 조류의 H5N1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감염하여 6명이 사망한 경우가 그 예이다. 이처럼 조류독감바이러스는 유전자의 재조합이나 돌연변이를 통해 쉽게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있고 이렇게 생긴 신종 변형 바이러스가 독성이 매우 심할 경우에는 전 인류에게 치명적인 독감을 대유행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 및 전염 경로 차단 등 방역적인 예방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인간의 생태계 파괴 때문이 아닐까?
최근 SARS(사스), 에볼라 출혈열, 조류 독감 등 치사율이 높은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에 의해 인간의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 등이 자주 출현하게 된 이유는 인간이 생태계와 환경을 파괴하고 동물들의 고유 서식지에 침범하면서 그 동안 동물에게만 있던 동물 바이러스에게 인간과 접촉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촉을 통해서 동물 바이러스는 인간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도입하고 변형시켜 치명적인 인간 바이러스로 변신해 자연을 파괴한 인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자연의 엄중한 경고이자 동물들의 마지막 복수라는 생각이 들어 섬뜩하기만 하다.
지구는 인간만이 아닌 동물, 식물 모두의 것이다. 이런 지구를 인간의 편의만을 위해서 계속 파괴 할 경우 인간은 정말 머지 않아 생사의 기로의 서게 될 것 이다. 이 무서운 일들이 발생하기 전에 우리 인류 모두가 동물, 식물 등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더 늦기 전에... |